이래도 개발자가 되고 싶니?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올라간건 순전히 운이었을까?
저의 주니어개발자 시절 N모 게임회사의 인턴으로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컴퓨터학과를 나와 개발을 잘 했고 남들보다 이해도가 높았다고 생각했으나 사회는 개발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었습니다.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는 개발 외에도 아이디어 창출, 프리젠테이션 능력도 많이 보았고 개발도 잘해야 했습니다.
3개월 정도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새벽택시를 타며 인턴생활을 하면서 느낀건,
못하겠는데?
였습니다.
개발을 잘한다는건 그냥 학교라는 울타리 내에서였고 사회로 뛰어드니 잘하는 사람들은 많고 넘칩니다.
심지어 개발만 잘한다고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다른 기타 능력들도 많아야 하고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건 심지어 과정도 길고 마음고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모든걸 다시 처음부터 할 자신이 도저히 없어서 목표를 바꿔서 중소기업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들어갈때 저의 목표는 딱 하나, 최고가되자 였습니다.
최고까진 아니어도 중타 이상까지는 활개를 치고 일하고 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로 S자회사 -> 이커머스 -> K모회사 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작은 곳에 있든 큰 곳에 있든 저는 계속 공부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도서구매와 인터넷 강의에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리고 무조건 좋은 기술이 있으면 해당 기술에 대해 동료들을 설득하고 진행할만큼 의욕도 넘쳤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는 재밌어야 계속 할수 있다.
개발을 업으로 한다는건 본인이 재미가 있어야지 계속 할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계속 공부하고 버저닝 되고 심지어 devOps 까지 해야하는 개발자의 현실을 마주하는게 점점 더 버거울 수 있습니다.
나는 dba 가 아닌데 이 레벨까지 알아야 하나? 네, 알아야 합니다.
나는 서버 담당자가 아닌데 k8s 를 이렇게 한땀한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나? 네,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배울건 차고 넘칩니다.
이것들을 재밌어 하지 않는다면 결국 물경력에 히스토리로만 경쟁하는 인력이 될 것입니다.
히스토리로만 경쟁하는 것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다른 동료가 차근차근 업을 쌓다보면 그 히스토리 경쟁도 어느순간 밀릴 수 있기때문입니다.
그럼 현재의 나는?
개발을 참 좋아라 했던 저지만 2023년부터 솔직히 좀 지치는건 사실입니다.
현재 AI 가 허언증 수준의 대답을 한다고 하지만 학습을 반복하다보면 AI 가 더 빛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개발자는 AI 와 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제외하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가족들이 더해진다면 개발하는것보다 그 곳에 쏟을 시간이 더 많이질 것이기에 시간적인 한계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최고가 되고 싶다기 보단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발전적으로 업무를 병행하면서 지킬건 지키고 싶습니다.
장애가 나면 비행기를 놓치고 대응해야 하는 서러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장애가 났는데 정말 현재 처리할 사람이 "나 하나" 일 때가 분명 있습니다.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지금 당장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장애가 나서 휴게소에 세워서 업무를 처리하고 비행기를 놓치고 업무를 처리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서비스의 핵심인력이 된다는건 좋지만 한편으로 나는 뭔가 중요한걸 하나 빠뜨리고 사는거 같다 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뭐든지 공유하는 문화, 스크럼을 통해 소통하는 문화를 활발히 해야합니다.
그런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든다면 비행기를 놓치는 일 없이 다른 동료에게 충분히 부탁할 수 있으니깐요.
이젠 개발자로써 내가 더 잘하는걸 하고싶다
2023년 많은 일이 있었고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나,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건 개발이었습니다.
이전까진 회사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목표를 좀 더 나에게 집중해서 한번 다시 설정하고자 합니다.
물론 일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여유부릴 시간을 이제 접어야겠지만,
그게 좋아서 하는게 개발이니깐요.
제가 유난을 떨면서 개발하는 것 일수도 있습니다.
어떤 누군가는 편하게 개발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가 경험한 개발자는 즐기지 못하면 너무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개발자 붐인 이 시기에 (붐은 이제 아니지..) 잘 생각하여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으면 합니다.